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3~4세의 아이를 둔 엄마는 정신이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를 칠지 몰라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벽에 낙서를 하고, 다른 아이를 때려 상처를 내고, 뜨거운 냄비에 손을 덴다. 자아 형성을 위해 하는 행동이라지만 때론 너무하다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시기 엄마들은 아이에게 ‘하면 안 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을 힘들어한다. 아무리 부드럽게 이야기를 해도 매번 똑같은 사고를 치는 아이를 어떻게 당하겠습니까. 또 아이가 사고를 치면 그 뒤처리는 모두 엄마가 해야 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무섭게 소리를 치고 또 엄포를 놓기도 한다. “너 자꾸 이러면 장난감 안 사 줄 거야.” 하지만 이런 말도 소용없이 아이는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 심리학 연구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먼저 아이를 두 부류로 나누어 상자를 하나씩 주었다. 한 부류의 아이들에게는 “상자 안에 있는 것을 만지면 안 된다”라고 부드럽게 이야기했고 다른 부류의 아이들에게는 “상자 안에 있는 것을 만지면 혼난다”라고 엄포했다. 그리고 아이들끼리 있게 놔두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상자 안에 있는 것을 만진 아이는 두 부류 모두 30%로 비슷했다. 그런데 3개월 후에 같은 실험을 실시했는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엄포를 놓았던 부류의 아이들 중 70%가 상자 안에 있는 것을 만진 반면, 부드럽게 이야기한 부류의 아이들은 그 전과 마찬가지로 30%만 만졌다. 이 실험은 무서운 말로 아이를 다루는 것은 당장 그때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엄마의 화풀이로는 좋을지 몰라도 교육적 효과는 하나도 없으므로 아이의 행동을 제지할 때 무섭게 말하는 것을 좋지 않다. 대신 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이유를 설명해 주자. 또 한 “그렇게 해야 착한 아이지”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아이의 행동에 부모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이야기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네가 떼를 쓰면 엄마가 너무 속상해.” “여기에 올라가면 넘어질 수 있고, 네가 다치면 엄마 마음도 아파.” 이렇게 부모의 감정을 이야기해 주면 아이는 행동을 좀 더 쉽게 바꾸게 된다.
자신의 성별을 알게 되면서 이 시기에 아이들은 이성의 부모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고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가 사랑하는 사람 옆에 떡 하니 아빠 혹은 엄마가 버티고 있다. 그동안 엄마와 나, 아빠와 나의 일대일 관계만 맺어 오던 아이가 엄마와 아빠의 사이를 인식하게 되면서 ‘엄마-아빠-나’의 삼각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남자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아빠를 질투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보이고, 반대로 여자아이는 아빠를 사랑하고 엄마를 적대시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보인다. 그렇게 동성의 부모를 질투하고 경쟁하다 한계를 느낀 아이는 ‘저 사람을 닮자’라는 결론을 내리고 모든 것을 따라 하게 된다. ‘엄마가 사랑하는 아빠를 따라 하면 엄마가 나도 사랑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여자아이들이 엄마를 따라 화장을 하고, 남자아이가 아빠를 따라 못질을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는 아들에게, 엄마는 딸에게 바람직한 역할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한다. 특히 남자아이들에게는 아빠의 영향력이 크다. 아빠들은 아이에게 규칙을 세우고 엄격히 규제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규칙을 너무 강조하면 아이는 아빠를 무서워하게 되고 무서운 아빠를 따라 하는 아이는 폭군이 될 확률이 높다. 반대로 솜방망이 기준을 가지고 있는 아빠를 보고 배우는 아이들은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적당히 엄하고, 적당히 자애로운 아빠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딸 셋에 아들 하나를 둔 엄마가 세 돌이 막 지난 막내아들이 치마를 입으려고 하고 분홍색만 좋아해서 성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진 않다. 가정환경을 살펴보니 이 아이는 아빠가 장기간 해외에 나가 있어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누나 등 여자에 둘러싸여 자랐다 매일 엄마와 누나가 치마를 입고, 분홍색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된 것이다. 3~4세 남자아이들에게 아빠는 무척 주요한 존재이다. 오이디푸스 시기를 거치면서 건강한 남성성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이혼이나 해외 파견 등의 이유로 아빠가 곁에 없으면 위와 같은 문제가 나타나기 쉽다. 또한 엄격히 규제를 하는 사람이 없어 도덕성 발달도 지연될 수 있다. 아빠가 어쩔 수 없이 아이와 함께할 수 없다면 삼촌이나 동네 아저씨 등 남자 어른과 자주 만나게 해 주는 것이 좋다. 남자 어른과 같이 목욕탕도 가고 놀이도 하면서 남성으로서의 역할을 배우게 해 주자. 부모 사이에 갈등이 깊은 경우에도 아이는 성 역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남편을 싫어하는 엄마들은 아이가 아빠를 따라 하면 질투를 느끼고 아빠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는 경우가 있다. 가족으로부터 아빠를 소외시키면 ‘아빠는 나쁜 사림이다. 따라 하지 마라’ 하는 메시지를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아빠를 등한시하고 마마보이가 되고 만다.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에 직격탄을 받아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며 불안해할 수도 있다. 딸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딸은 엄마 아빠의 갈등 상황을 보면서 ‘나도 엄마처럼 아빠에게 미움을 받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딸도 건강한 여성성을 발전시켜 나갈 수 없다. 부부간의 불화는 이렇게 당사자들에게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이 시기에 아이의 사회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름 아닌 부모라는 사실이다. 엄마 아빠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이는 그 애착 관계를 바탕으로 친구를 사귀게 된다. 또 엄마 아빠가 서로 대화하며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보면서 친구와 타협하는 방식도 배운다. 만약 엄마 아빠가 매일 싸우면서, 아이에게는 친구들과 잘 지내라고 하면 아이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보고 배운 것이 없는데 어떻게 잘 지낼 수가 있겠는가? 사회성에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느낄 때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아이와 애착 관계가 원만하고 부부관계도 좋은데, 아이가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조금 더 클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것이 좋다.
'아동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동 심리학] 응가를 숨어서 해요 그리고 수면 문제 (0) | 2022.09.05 |
|---|---|
| [아동 심리학] 3~4세아이 배변 훈련 너무 다그쳐도, 너무 내버려 두어도 문제 (0) | 2022.09.03 |
| [아동 심리학] 3~4세 아이 특징, 몸과 마음을 조절하는 힘이 생기기 시작해요 (0) | 2022.08.31 |
| [아동 심리학] 아이에게 놀이가 좋은 이유 그리고 똑똑한 아이로 만들려면? (0) | 2022.08.31 |
| [아동 심리학] 성격좋은 아이로 키우는 법 그리고 무서워하는 대상에 따른 대처법 (2) (0) | 2022.08.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