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하는 아이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아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고민을 시작한다. 이런 고민의 단서를 제공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유아용 교재 교구 판매업자들이다. 유아교육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영업 사원들과 만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엄마는 자신이 정말 무책임하고 무식한 엄마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회사의 교재가 두뇌 계발에 좋다’는 것이다. 정말 두뇌 계발 교재가 효과가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6세 이전의 교육은 엄마들의 취미 생활일 뿐’이다. 6세 이전 아이들은 인지능력이 발달하지 않아 교육을 해도 효과가 없을뿐더러 그 시기에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성장했을 때 그 영향이 나타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무수히 많은 유아 교재 교구 회사에서는 이렇게 주장한다. ‘아이의 두뇌에는 어른들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잠재력이 감추어져 있고, 이를 개발시키지 않으면 그 능력이 사장되어 버린다’. 아이들의 뇌가 0~3세 때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뇌를 몇 가지 교재 교구로 계발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일정한 시기가 되었을 때 사람의 뇌는 순차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이는 높은 빌딩에서 1층부터 불이 들어오는 것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인간의 뇌를 1층에 불이 들어와야 그다음 2층에 불이 켜지고, 2층에 불이 다 켜져야 3층에 불이 켜지는 빌딩이라 생각해 보자. 이제 겨우 1층에 불이 들어왔는데 전기불도 없이 깜깜한 3층 사무실에서 무엇을 하겠는가. 그러므로 뇌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란한 교재 교구로 무작정 자극을 주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또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불이 켜지지 않은 사무실에서 일하려다가 사무 집기를 망가트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조기교육으로 인한 문제로 소아 정신과를 찾는 아이들이 매년 늘고 있는 것만 봐도 그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소아 정신과를 찾는 주된 원인을 알아보면 조기교육으로 인해 정신 장애 진단을 받은 아이들의 수가 약 700명으로 조사되었다. 이 숫자는 전체 소아 정신과 환자 중 1/3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수의 아이들이 조기교육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우려하는 것이 부작용이다. 마찬가지로 교재 교구를 선택할 때에는 부모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두뇌 계발을 앞세운 교육의 폐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그 논의가 되풀이되는 것은 아마 부모들의 불안 심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이가 원하지고 않는데 무엇이든 시키려고 하는 부모의 마음에는 이런 심리가 있지 않을까? ‘다른 아이들도 다 한다는데 안 할 수 없지. 일단 시켜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이러면서 애써 불안감을 떨치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이다. 아이 교육에 있어서는 ‘어떻게든 되겠지’ 같은 주먹구구식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99명의 아이에겐 100% 효과가 있는 교육법이 1명의 아이에게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그 1명이 바로 내 아이일 수 있다. 두뇌 계발을 위해 시작한 교육이 아이에게 맞지 않을 경우 부작용은 심각하다. 정신적 부담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실패로 인해 좌절하거나 정서 불안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서적 문제는 아이의 성장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학습 동기도 떨어트린다. ‘옆집 아이가 하니까’,‘아무것도 안 하면 불안해서’ 무조건 시킨다는 것은 돈도 버리고 아이고 버릴 수 있는 일이다. 아이에게 교육을 시킬 때는 왜 이것을 시키는지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그 교육을 좋아하고,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을 갖추었는지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차라리 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자극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이의 뇌는 어느 한 부분에 치중하지 않고 모든 부분이 골고루 발달한다. 그래서 두뇌 계발에 좋다는 교재 교구처럼 시각적 자극에만 치중된 교육은 좋지 않다. 예를 들면 물고기에 대해 알려 주고자 할 경우에는 단순히 그림책이나 비디오를 보여 주는 것보다는 동물원에 가거나 연못을 찾아가서 직접 물고기의 크기를 확인하고, 만져 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이 시기에는 정서 발달이 중요하므로 아이가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아지고 이는 곧 두뇌 발달로 이어진다. 아이와 자주 따뜻한 스킨십을 나누자. 안아 주고 눈을 맞추며 행복한 시간을 갖는 것이 정서적 안정을 가져오고, 두뇌를 발달시키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는 바로 ‘까꿍 놀이’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프리카, 미국에도 까꿍 놀이가 있다. 어렸을 때는 대부분 이 놀이를 하며 지낸다. 왜 그럴까? 이유는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 교육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해 주는 것, 그래서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이 시기에 필요한 두뇌 발달 교육이다.
요약정리
아이의 뇌는 3세까지 어느 한 부분에 치중하지 않고 골고루 발달하므로,
시각적 자극만 강조하면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두뇌 계발 교재 교구를 왜 사용해야 하고,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따져 보자.
6세 이전 조기교육은 부모들의 취미 생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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